韩国文学可分为古典文学和现代文学,今天为大家分享的是“韩语文学:雪路10 — 李清俊”,一起来感受韩语文学之美吧!
눈길10 — 이청준
雪路10 — 李清俊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노인은 거기서 마지막으로 내게 저녁밥 한 끼를 지어 먹이고 당신과 하룻밤을 재워 보내고 싶어, 새 주인의 양해를 얻어 그렇게 혼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后来我才知道,老人为了给我做最后一顿晚饭,让我在家里过最后一晚,求得房子的新主人同意后,一个人留下来等我回来。
언젠가 내가 다녀갈 때까지는 내게 하룻밤만이라도 옛집의 모습과 옛날의 분위기 속에 자고 가게 해 주고 싶어서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문간을 들어설 때부터 집안 분위기는 이사를 나간 빈집이 분명했었다. 也许是为了在我回家的时候,哪怕就一晚上,让我睡在旧居里在往日的氛围里过一晚上吧。可是在迈进大门的那一刻起,我就已经感觉到家里已经人去屋空的气氛了。
한데도 노인은 그때까지 매일같이 그 빈집을 드나들며 먼지를 털고 걸레질을 해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노인은 아직 집을 지켜 온 흔적으로 안방 한쪽에다 이불 한 채와 옷궤 하나를 예대로 그냥 남겨 두고 있었다. 即便这样,老人还是每天都往旧房子跑,扫灰擦炕。而且老人在里屋留下一套被褥和一个衣橱,作为还在留守房子的痕迹。
이튿날 새벽 K시로 다시 길을 나설 때서야 비로소 집이 팔린 사실을 시인해 온 노인의 심정으로는 그날 밤 그 옷궤 한 가지 나마 옛집 살림살이의 흔적으로 남겨서 나의 괴로운 잠자리를 위로하고 싶었음이 분명했던 것이다. 그러한 내력이 숨겨져 온 옷궤였다.
第二天清晨,我即将踏上返回K市的归程时,老人才告诉我房子已经卖掉了。以老人的心境来看,那天晚上她想用那么一只衣橱营造出旧居的氛围,来抚慰我心酸的睡梦。正是这只颇有来历的衣橱。
떠돌이 살림에 다른 가재 도구가 없어서도 그랬겠지만, 이 20년 가까이를 노인이 한사코 함께 간직해 온 옷궤였다. 그만큼 또 나를 언제나 불편스럽게 만들어 온 물건이었다. 노인에게 빚이 없음을 몇 번씩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가도 그 옷궤만 보면 무슨 액면가 없는 빚 문서를 만난 듯 기분이 새삼 꺼림칙스러워지곤 하던 물건이었다.
虽然在流浪生活中确实没有别的家具,但这是将近二十年来老人非要珍藏下来的衣橱。它也是常常令我感觉不舒服的物件。虽然在心里无数次暗暗强调我不欠老人的债,可是一看到那只衣橱,就仿佛看到了一纸没有面额的欠条,瞬间就会感觉十分歉疚。
이번에도 물론 마찬가지였다. 노인의 방을 들어선 순간에 벌써 기분을 불편스럽게 해 오던 옷궤였다. 그리고 끝내는 이틀 밤을 못 넘기고 길을 다시 되돌아갈 작정을 내리게 한 것도 알고 보면 바로 그 옷궤의 허물이 컸을지 모른다.
这次当然也一样。一踏进老人的小屋,这衣橱就令我感觉压抑。而且最终我也没熬过两宿就决定返回汉城,现在想来这只衣橱也脱不了重大干系。
아내도 물론 그 옷궤에 관한 내력을 내게서 들을 만큼 듣고 이었다. 아내가 옷궤의 내력을 알고 있는 여자라면, 그 옷궤에 관한 나의 기분도 짐작을 못할 그녀가 아니었다. 더욱이 내가 바깥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고 잇는 걸 알고서 그랬을 수도 있었다.
妻子当然从我这里听说了这只衣橱的全部来历。既然她了解衣橱的来历,以她的为人不会猜不出我对衣橱的心态。妻子也许猜到我在外面偷听她们的谈话,故意提及它。
나는 어느새 그 콧속을 후비는 못된 버릇이 되살아날 만큼 긴장을 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갑자기 묵은 빚 문서가 튀어나올 것 같은 조마조마한 기분이었다.
我不由得一阵紧张,仿佛小时候挖鼻孔的毛病都要复活了。好像在意想不到的地方,突然要冒出一纸债务似的焦躁不安起来。
노인이 치사하게 그 묵은 빚 문서로 나를 궁지에 몰아 넣으려 덤빌 수도 있었다.
老人有可能卑鄙地用那一纸陈年旧债,把我逼入窘境。
그래 보라지. 누가 뭐래도 내겐 절대로 빚진 게 없으니까. 그래 본들 없는 빚이 생길 리가 있을라구. 나는 거의 기구를 드리듯 눈을 감고 기다렸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도 그 무심스러워 보이기 만 한 노인의 대꾸였다.
来吧。不管谁说什么,我绝对没欠任何债。再怎么来,没有的债不可能凭空捏造出来呀。我像是豁出去了似地闭上眼睛等待着。值得庆幸的却是老人直到现在看起来还漫不经心的回答。
“옷궤를 내 놓으면 몸에 걸칠 옷가지는 다 어디다 간수하고야? 어디다 따로 내놓을 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걸 어디다 내놓을 데가 생긴다고 해도 그것 말고는 옷가지 나부랑일 간수해 둘 데는 있어얄 것 아니냐.” “把衣橱搬出去,那穿的衣服往哪儿搁呀?别说这衣橱也没别的地方放,就算有地方放,破衣服什么的也没地方收拾啊。”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 노인은 그리 그 옷궤 쪽에는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不知道是真糊涂还是装糊涂,老人好像没太关心衣橱。
词 汇 学 习
한사코:极力。尽力。偏要。
그가 한사코 가려 하니, 아무도 만류할 수 없다.
他愣是要走,谁也留不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