韩国文学可分为古典文学和现代文学,今天为大家分享的是“韩语文学:日落西山04 — 李文求”,一起来感受韩语文学之美吧!
일락서산04 — 이문구
日落西山04 — 李文求
내린 비로 터지게 얼었던 거죽이 풀린 길은 해토머리(언 땅이 녹기 시작할 때)가 다 된 것이나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질었다. 그러나 옛길을 되찾았다는 감상 따위는 우러나지 않았다. 소나기가 두어 줄금만 내려도 산에서 쏟히는 맑은 물이 흐르던 길가의 개랑은 수채만이나 하게 좁아진 반면, 그 구거지(溝渠地, 개골창,개울)에는 지질한 블록 집들이 잇대어 서 있어 등산객의 걸음이 잦은 서울 교외의 외진 동네와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因为下雨,冻得快要爆裂的路面已缓解下来,让人怀疑是否已经到了解冻的季节。我的心里并没有涌上来某种又回到从前小路上的感觉。哪怕下一两场骤雨,路旁的小水沟里也会溢满山上淌下来的清水,变得跟水管一样狭窄。沟渠附近坐落着一个个琐碎的砌块房,看上去跟那些登山客频繁来访的汉城郊区的偏僻村子没什么不同。
탱자나무 울타리가 끝나면서부터는 바로 그 터앝머리였다. 나는 마음이 바빠 다그친 걸음으로 보리싹이 푸릇거리는 밭두둑으로 뛰어들었는데, 그 찰나, 가슴을 냅다 쥐어질린 충격과 함께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枸橘木围墙的终端就是那块宅旁园地。我怀着急切的心情加快脚步跳上麦芽正绿的田埂,就在一刹那,随着心房猛地抽搐,整个人呆立在那里。
지팡이에 굽은 허리를 의지한 할아버지가 당신의 헛묘〔假墳墓(가분묘)〕를 굽어보고 서 있었던 것이다. 항용 아끼시던 마가목〔馬牙木〕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는 역시 망건으로 탕건을 받쳐 쓰고, 공단 마고자 아래 허리춤에서는 안경집이 대롱거렸으며, 허연 수염을 바람결에 날리면서 구부정하게 서 있음이 천연하였다.
爷爷把佝偻下来的腰倚在拐杖上,正俯视自己的假墓。爷爷拄着马芽木拐杖,仍然戴着纱帽,裹着网巾,穿着贡缎马褂子,腰间挂着眼镜盒,花白的胡须随风飘动。
한참만에야 순간적인 환상에 사로잡혀 잃어버린 지난날의 한 시절을 되살려 낸 착각으로 그렇게 오두망절(멍한 모양)하고 서 있은 나 자신을 발견하고, 깊은 한숨을 끄면서 칠성 바위 쪽으로 다가갔던 것이지만. 그것은 분명 순간적인 환각이었으나 소년 시절에는 너무도 자주, 일상으로 목격하여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도록, 그 할아버지 아니면 아무도 시늉할 수 없을, 그분의 인상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던 사실이었다.
他陀背站立的样子那么自然,好一会儿我才发现自己被瞬间的幻觉蛊惑了。昔日的一段岁月在记忆里复苏而产生了错觉,所以就这么呆呆站着发愣。我这才吐出一声长叹,迈步朝七星岩方向走去。
나는 칠성 바위 중 맨 고섶(물건을 두는 곳이나 그릇 같은 데의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맨 앞쪽)에 있고, 참외를 따거나 수수목을 찔 때 흔히 올라앉아 쉬었던, 네모가 뚜렷한 바위에 걸터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빗낱은 계속 성깃성깃하게 흩뿌리며 비닐 우산을 투덕거렸고, 암컷처럼 패인 부엉재 고랑 아래 잔솔밭 밑 두어 채 초가 굴뚝에서는 저녁 청솔가지 연기가 비거스렁이(비 갠 뒤에 바람이 불고 시원해지는 현상)에 눌려 안개처럼 번져 나가고 있었다.
我坐上七星岩中最近的一块岩石,掏出一根烟叼在嘴里。这是当年每次摘香瓜或玉米穗子时常常坐下来休息的四方型岩石。稀疏的雨点一直零乱地打在塑料雨伞上。像雌性器官般凹进去的猫头寨垄沟下的小松树林下方,三两家茅草屋的烟囱飘出烧青松枝的烟雾,被雨后吹来的风压住,像云雾般四下漫延开去。
나는 앉자마자 칠성 바위들의 안부를 하나하나 살펴가기 시작했다. 조금도 요동하지 않는 바위라서일까. 태고로부터 북두칠성과 똑같은 위치로 배치되어 앉았던 일곱 덩이의 바위는, 한결같이 옛날 그대로 제자리들을 지키고 있었다.
我坐下后开始一一打量七星岩的形态。也许是因为这七块纹丝不动的岩石,自古以来布置得就跟北斗七星一样吧。它们和从前一样坚守着原来的位置。
동네 조무래기들이 그중 자주 오르내렸던 길가에 나앉은 막내둥이의 지프 같던 모습도 여전했으며, 댓 걸음 곁의 두꺼비 바위도 그 자리에 직수굿하게(저항하지 않고 풀 이 죽어 수그러져)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범이 누운 형상의 세 번째 바위 역시 엉성해진 덤불을 들러리로 한 채 그 위엄스런 풍모를 타고난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눈발이 히뜩대면 곧장 콩새와 굴뚝새들이 날아들어 푸득대던 덤불도 새 밭임자의 연장에 어지간히 시달렸으련만, 두 그루의 옻나무와 찔레 덩굴, 그리고 까치밥과 개다래 넌출이 어우러져 여전히 멧새들을 부르고 있었다.
村里的小家伙们最爱爬上爬下的路边那块四方岩石,依旧酷似老疙瘩的吉普车。五六步距离远处的癞蛤蟆岩石,也很乖巧地蹲在那里。靠近枯萎的灌木丛的第三块岩石,很像老虎伏卧时的模样,仍旧保持着威严的风姿。雪丝零乱地飘起来,就会有蜡嘴雀和鹪鹩扑噜噜飞进树丛,当然也少不了要被茅草地主人的赶鸟工具折磨了。但是因为有两棵漆树和野蔷薇藤,还有喜鹊食[14]和狗枣虅子簇拥在一起,仍然吸引了一群野鸟。
바로 범 바위 밑에 쓰였던 할아버지의 헛묘가 언제부터 그토록 묘갈(墓碣, 묘 앞에 세우는 작은 돌비)과 봉분의 잔디결도 곱게 다듬어져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正好安在老虎岩石下方的假坟,墓碑和坟头的墓草不知从何时开始被侍弄得整整齐齐了。
다만 신후(身後, 사후)에 조석 상식(上食, 상가에서 아침 저녁으로 드리는 음식)을 올리면 무엇하며, 초하루 보름에 삭망(朔望, 음력 초하룻날과 보름날) 차례를 드린들 무슨 소용이랴고, 그 일이야말로 생전에 찾고 갖출 일이라 하여 15년 전부터 매월 초하루와 보름이면 누구 생일 잔치보다도 더 푸짐하게 진짓상을 올리게 했던 아버지보다 앞서, 앞일이 다가오는 것을 내다본 항아버지 당신 스스로가 서둘러 만든 헛묘였으며, 평생 주초(酒草, 술과 담배)뿐 아니라 바둑 장기 같은 조용한 잡기마저 몰랐던 할아버지가 해 길어 무료함에 지치던 봄날이면, 지팡이를 의지해 홀로 칠성 바위에 나섰고, 구부정한 허리를 두들기면서 장차 당신이 영원히 누울 유택(幽宅, 무덤)을 보살피며, 쥐구멍이나 잡초가 자리를 못 잡도록 가다듬은 다음,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그윽한 눈길로 내려다보곤 하던 모습만을 자주 발견하고, 어린 소견에도 숙연해진 마음으로 발걸음이 무거워지던 것만은, 이십 수삼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선명한 기억으로 간직해 왔던 것이다.
仅仅在死后摆上祭桌,朝夕供上祭品有什么用呢,夏日逢初一和十五奠祀上供又管什么用呢?爸爸认为这些事本来是生前应该做的,所以早在15年前他就让家人每月初一和十五都给老人奉上比任何人的生日都丰盛的小饭桌。可是爷爷比他看得更长远,他早就预感到将来要发生的事正一步步走近,所以亲自抓紧时间做好了这座假坟。一辈子不仅不沾烟酒,连围棋、象棋一类安静优雅的杂耍都不会的爷爷,在漫长而无聊的春日,就拄着拐杖独自走到七星岩前,捶着驼背侍弄自己将要永远睡下的幽宅。他细心管理假坟,不让老鼠和杂草在其上安家落户。每当我发现爷爷用炯炯有神的目光俯视假坟,浑然不觉时光的流逝时,我年幼的心也会肃然起来,连脚步也凝重了。二十三、四年时光流逝后的今天,我也依旧珍藏着这份记忆。
그 무렵 칠성 바위 언저리와 밭 가장자리에는 새봄마다 지장풀이 잘 되었고, 특히 할아버지의 헛묘 묘갈과 봉분에는 달짝지근하게 배동(대가 불룩해지는 현상) 오른 삘기가 많아, 햇살 긴 마른 봄날이면 얼굴을 새까맣게 태워 가며 소꿉장난으로 긴긴 해를 저물리곤 했었다.
那时候,七星岩四周和大田的边上,每到春天就会长出茂密的杂草。特别是爷爷假坟的墓碑和坟头上,长出了许多甜甜的鼓鼓的白茅。阳光漫长而干燥的春日,我把脸晒得漆黑,用过家家打发漫长无聊的日头。
词 汇 学 习
가장자리:边缘。沿儿。
약간의 코냑이 잔 가장자리를 넘쳤다.
少量法国白兰地溢出了那只酒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