韩国文学可分为古典文学和现代文学,今天为大家分享的是“韩语文学:日落西山13 — 李文求”,一起来感受韩语文学之美吧!
일락서산13 — 이문구日落西山13 — 李文求
황혼에 잠긴 옛집을 먼발로만 기웃거리다 말기는 너무나 서운했던 것이다. 나는 등성이 꼭대기 너머에서부터 옛집 사랑 앞 마당까지 나 있었던 가리마 같은 오솔길을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沉浸在黄昏中的老宅,只在远处望一眼,实在太遗憾了。我决定沿着那条从山顶蜿蜒而下一直通向老宅院子的幽深小路走下去。
옛 주인의 발길에 닳았던 마당, 마당가의 물맛이 약수 맛으로 소문난 박우물, 등멱하기 십상이던 우물가의 빨랫돌, 가옥과 전답을 매매할 때 장기(掌記, 물건이나 논밭의 매매에 관한 물품 목록을 적어 놓은 글)에까지 올랐던 개오동과 들충나무들. 그러나 그 무엇 한 가지 옛 주인을 알아 반기는 것은 없었다.被旧主人的脚板踏平的院子,院墙根那座像药水一样香甜可口而且远近闻名的吊桶井,经常站在上面打水冲澡的洗衣石,卖掉房屋和水田时一块列入明细单的梧桐树和杜冲树们,没有一个理睬昔日的主人。
마당가의 돼지우리가 좀 부산해지고 퇴비장을 후비던 서릿병아리 몇 마리가 지축지축 비켜날 따름. 저녁 시간이 되어 안에서 숟가락 달그랑거리는 소리나 이따금씩 새어 나올 뿐, 새 주인이 된 선로원의 가족은 한 사람도 얼씬 않고 있었다. 사랑 마루 역시 그 마루였으나 마룻방 태깔은 보얀 빛 대신 땟국에 찌들고 결은 우중충한 빛깔이었고 그 위에는 먼지가 부옇게 앉아 있었다.只有几只初秋才孵出的小鸡仔们,看不顺眼院里杂乱的猪圈而东跑西颠地用心挖刨肥堆。傍晚时分了,屋内仅仅偶尔传出汤匙的碰撞声。这老宅的新主人线路员一家无人进进出出。
마루 반자(방이나 마루의 천정을 평평하게 만드는 시설)엔 쥐 오줌 자국이 구석구석으로 얼룩져 있고, 처마 밑 서까래와 도리 안의 제비 집터에도 거미줄이 드레드레 늘어져 주인 잃은 지 오래임을 스스로 말하고 있었다.厢房的地板还是原来的地板,但是地板外观却由乳白色变得脏兮兮,木板的纹路也变得黑乎乎了,而且上面还落了厚厚一层灰。天花板到处都是耗子的尿迹,屋檐下的椽木和横梁上的燕子窝挂满的蜘蛛网,在诉说这房子失去主人已经很久了。
할아버지 말을 따르자면 재래로부터 꺼려 온 공·시자(工·尸字) 형을 피했을 뿐 아니라 일·월·구·길자(日·月·口·吉字) 형에서 가장 알뜰한 것만을 골라 갖춘 구조 밑에 정초(定礎, 주춧돌을 놓음)된 집으로, 기와로 개축을 하자면 암수키와만 열 눌〔十訥〕이 들어도 모자라겠다던 집이었다.按爷爷的话,自古以来不仅忌晦工字和尸字型房子,而且这房子是在日、月、口、吉字型当中也是挑选最殷实的结构打的地基,如果要改建瓦房的话,几百块瓦也不够用。
“좋은 집이니라. 풍광이 명미(明媚, 산수 경치가 맑고 아름다움)허구 수세(水勢)두 순조롭구. 내가 후제 잔디찰방을 허더래두 부디 이 집을 잘 가꾸어야 허여…….”“是个好房子啊,风光明媚,水势平缓,就算我察访草地以后,你们也得好好照料这房子才是啊……”
잔디찰방(察訪)이란 할아버지가 즐겨 일컫던 죽음을 뜻하는 말이었다.“察访草地”是爷爷经常挂在嘴上表示死亡的话。
“인제는 늙어 어두우니, 너르잖은 곳간에 어렴시수(漁鹽柴水)만 동나지 않는다면, 누워 읊고 앉어 오이니(외니) 아무 걱정 없으련만, 시국이 이러니 늙마가 편칠 않구나…….”“现在我都老朽了,就算住在不宽敞的仓房里,只要柴米油盐供得上,也能躺着吟唱坐着背诗无忧无虑了。时局这般模样,一把年纪了也不安呐……”
줄곧 기울고 퇴색해 온 가문도 변명할 겸, 신수가 안온치 않음을 한탄하며 할아버지는 쓸쓸히 웃곤 하였다.这算是对家道衰落的辩解吧,爷爷为给家境衰微找借口,常常一边嗟叹乱世一边苦笑。
나는 좀전의 칠성 바위, 그 중에서도 할아버지의 산소가 있었던 범 바위 앞에서 깜뭇 고인을 만났었지만, 사랑 마루 앞에 서 있으니 또 다시 할아버지의 환영이 어른거려 눈시울을 적시지 않을 수 없었다.刚才在七星岩,特别是其中曾经安放爷爷坟墓的老虎岩前,我突然间看到了故人。当我站在厢房地板前时,眼前又浮现出爷爷的幻影,不得不湿润了双眼。
할아버지가 신전(身前)이었을 때는 밤낮으로 행보석(行步席, 일종의 돗자리)이 두 닢이나 깔려 있었고, 일찍이 할아버지가 소시적에 써서 양각(陽刻)한 장강대필(長?大筆)의 ‘魚躍海中天(어약해중천)’이란 편액 아래에는 철지난 등토시(여름에 땀이 옷에 배지 않도록 끼던 등나무로 만든 토시)와 미사리(삿갓·방갓·전모 따위의 밑에 대어 머리에 쓰게 된 둥근 테두리)가 낡은 갈모(비가 올 때 갓 위에 덮어쓰던 기름종이로 만든 물건), 그리고 고사리손 같아 장난감으로 놀기도 했던 대여의〔죽여의(竹如意, 여의는 중이 설법할 때 손에 쥐던 뼈·나무·대·쇠 등으로 만든 것)〕와 함께 걸려 있었고, 장귀틀(마루 귀틀 중에서 세로로 놓이는 가장 긴 귀틀) 앞에는 으레껀 마가목 지팡이가 거리비껴 놓여져 있었다.爷爷生前不管白天黑夜都坐在两层行步席上。很早以前,用爷爷小时候挥毫书成的大字“鱼跃海中天”阳刻而成的悬板下面,挂着已过时令的藤树皮套袖,帽箍儿已经破旧的笠帽,还有像蕨菜般收缩的竹如意。马牙木拐杖横放在长椽木前。
하지만 모두가 꿈이었다. 나는 해거름녘에 들른 길손처럼, 땅거미가 깃드는 추녀 밑에 하염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然而这一切都是幻境。我像日落时过路的旅人一样,只是呆呆伫立在天色渐暗的飞檐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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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거름:日头偏西。日薄西山。
해거름이 되자 어머니는 종종걸음을 쳐서 집으로 돌아왔다.太阳一落山妈妈就脚步匆匆走回家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