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첫사랑은 태어나서 가장 처음으로 느끼게 된 사랑의 감정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에게 폭풍처럼 다가온 사랑. 이전에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마음의 변화가 주었던 충격은 굉장히 생생해서 안 그래도 젊은 심장을 더욱 더 요동치게 만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 첫사랑, 아직도 못 잊고 있냐고요?
첫사랑을 떠올리면 위에서 예기한 바로 그런 감정들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렇게도 강렬했던 감정들이, 지금 떠올리면 아련한 기분을 가져다줍니다. 다지 그 뿐입니다. 첫사랑 상대를 아직도 못 잊었거나 지금도 보고 싶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대신 그때의 제가 느꼈던 감정들만이 생각날 뿐입니다. 그리고 박승규님께서 이렇게 질문을 하셨으니 한번 떠올려본 것이지 평소에는 첫사랑 따위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남자를 생각하는 데 정신이 팔려있거든요. 놀랍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이전에 사랑했던 사람과의 감정들은 아주 말끔히 잊혀집니다. 여자들의 뇌는 현재의 사랑에만 집중하도록 되어 있나 봅니다. 만약 남자들이 첫사랑을 못 잊는다고 한다면 아주 많이 억울하지만요.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면 그녀는 첫사랑 따윈 매미 눈물만큼도 떠올리지 않을 거예요. 차라리 바로 이전의 연애가 첫사랑보다 더 많이 생각난다고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겁니다. 바로 이전 남자친구를 못 잊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첫사랑은 다른 사랑보다 아련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서 더 특별해 보일 뿐, 다른 사랑에 비해 딱히 더 생각난다거나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는 말이죠.
그리고 남자들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자들 중에는 ‘첫사랑이 누구야’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면 여자들에게 첫사랑은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됩니다. 단어 그대로 첫 번째 사랑을 뜻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사랑’을 뜻하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 만나도 첫사랑 얘기로 밤을 지샌 적은 없지만 현재의 사랑 이야기를 동틀때가지 할 때는 많답니다.
연애 경험이 아무리 많아도 ‘난 아직 첫사랑이 없어’라고 말하는 여자들이 많은 걸 보면 여자들은 늘 진정한 사랑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길, 자신의 ‘첫사랑’이길 소망한답니다. 현재의 사랑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의 마음을 의심하지 마세요. 그녀의 첫사랑은 어쩌면 당신일지도 모릅니다.